N
O
T
H
I
N
G
M
A
K
E
S
I
T
S
E
L
F

엠 포 멤브레인

2021, 단채널 영상 및 텍스트, 17분






모든 초끈이론을 통합하는 M이론의 M은 membrane(막), mystery(미스터리), magic(마법), mother(어머니)를 의미한다. 실내 외 미디어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 〈엠 포 멤브레인〉은 미생물체와 곰팡이, 균류, 토착 곰팡이의 막, 미스터리 마법을 탐색한다. 작가는 발효자로서 부패한 낙엽으로 만드는 토착 부엽토의 세계를 마련하여 마녀이자 과학자, 그리고 연금술사로 역할하며 심혼술(animacy)과 딥 타임(deep time)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허드슨 밸리와 펠리세이즈 절벽의 유물사와 식민지 시대적 풍광에 대한 반응이기도 한 〈엠 포 멤브레인〉은 원시적, 유물론적 축재를 버리는 대신 단명성, 비영구성, 그리고 궁극적 퇴락을 통해 토착지의 회복을 도모한다. 실외 설치 작품에서 발효자는 토착 부엽토를 가꾸며 웨이브 힐 지역 삼림 지대의 낙엽을 주워 수십억의 미생물체를 번식시키고, 곰팡이는 바다 소금, 설탕, 감자, 쌀 녹말 등을 양분 삼아 그 수를 불려 나간다. JADAM 유기농법과 체현적 생태학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수집된 모든 재료는 액상 발효 퇴비의 형태로 다시 흙으로 되돌려짐으로써 영양분이 풍부한 부토가 되어 초목을 위한 균근망에 보탬이 된다.



전시 〈엠 포 멤브레인〉를 철수하며


아래 글과 사진은 뉴욕 웨이브 힐 글린도 갤러리 Glyndor Gallery에서 열린 〈엠 포 멤브레인〉전시에 대한 것이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월요일 오후, 전시 작품 철수를 위해 웨이브 힐의 글린도 갤러리에 도착했다. 원예용 장갑, 삽, 장화, 햇빛 차단 모자, 방충복까지 갖춘 채 말이다. 웨이브 힐에서 보낸 몇 달 동안 펠리세이즈 절벽을 제외한 모든 것이 변했다.  한해살이 꽃들이 피고,  원예 담당자들은 보직 이동을 했으며, 코로나19 수치는 널을 뛰었고, 나무는 낙엽을 떨구었으며, 모기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갤러리 안에 설치된 인큐베이터들은 쉰 냄새를 풍기며 발효 중이다.  쌀 기질로 만든 토착 엽퇴비는 누룩이나 된장처럼 흙의 냄새가 난다. 나는 퇴비며 낙엽 찌꺼기, 흙 전부를 공업용 들통에 담는다. 웨이브 힐의 선임 원예가인 스티브가 게이터 (Gator) 차량으로 1/4 마일 거리의 숲까지 데려다 주었다. 모두 들통 다섯 개를 채운 퇴비는 이미 수분과 정보로 불어나 있었다. 


원예팀의 도움을 받아 흙과 낙엽을 거둘 숲의 구획을 정했다. 유기폐기물이 쌓인 퇴비장 근처, 한 편에는 톱밥제조기가 있고 또 다른 쪽으로는 철조망이 둘린 이 곳은, 숲에서 가장 익숙하면서 가장 적막한 곳이다. 낭만이나 명성과는 거리가 먼 이 곳은, 화려하게 잘 다듬어진 정원이나 저택과는 전혀 다르다. 웨이브 힐 곳곳의 화단에는 Chelonpsis yagiharana - 재패니즈 터틀헤드, Cotinus coggygria – 안개나무, Eryngium yuccifolium – 방울뱀 마스터, Campylotropis macrocarpa – 차이니즈 피 슈럽 같은 이름표가 달려있다. 모두 누군가 심고 이름을 달아놓은 것들이다. 화단은 적당한 경사에 잡초 하나 없이 화학 살충제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재생 숲에는 손을 타지 않은 낙엽 찌꺼기가 땅을 촉촉하게 유지하며 균류와 무척추동물, 토착 곰팡이, 박테리아 같은 것들이 살기에 최고의 조건을 만들고 있다. 땅을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나무는 싹트는 몸통이나 사람이 만든 울타리 넘어 가지를 뻗고, 수 천에서 수십 억에 이르는 곰팡이 뿌리끝은 풀과 나무와 손잡고 숲 전체를 아우르는 규모의 균사체망을 이룬다. 곰팡이는 포자를 흩뿌리며 습도를 바꾸고 바람을 일으켜 자신만의 날씨를 만들기도 한다. 비와 새들은 정원에서 버려진 숲까지 완만한 경사를 따라 씨앗을 떨어뜨린다. 이 곳엔 경계가 없다.


JADAM 농법과 한국식 자연농법을 활용해 얻은 토착 부엽토는 - 낙엽 찌꺼기와 그 밑의 흙 – 지구의 미생물을 되살리는 데 쓰인다. 곰팡이에 녹말과 감자, 쌀을 충분히 먹이며 땅이 깨어나기를 재촉한다. 그러면 곰팡이는 새로 들인 기질에 피어나 초록, 노랑, 빨강, 파랑 등 다양한 색깔로 미생물 다양성을 나타낸다. 이 신령스럽기까지 한 경험은 지구의 극히 미세한 언어에 귀를 기울일 때만 가능한 것이다.


곰팡이는 불과 몇 일 만에, 습도와 온도만 맞으면 몇 시간 만에 버섯의 자실체처럼 피어난다. 그리고 빨리 핀 만큼 빨리 분해된다. 그래서 나는 곰팡이를 병에 담아 설탕을 먹이로 준다. 그렇게 유통기한 1년 짜리 토착 곰팡이 퇴비가 만들어진다. 숲의 미생물이 있는 그대로 배양되어 살아 숨쉬는 이 병은 어느 과학자가 신중하게 선별하고 분리했을 살균 페트리 디쉬와는 전혀 다른 셈이다.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이 끝없는 과정 속에 지구는 끊임없이 변하기에 이치나 논리를 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 막에서 다른 막으로 갈라져 나가는 과정이 어디서 끝나고 어디서 시작하는지, 어떻게 재편성되는 지 밝히기도 어렵다. 이 과정을 진정 이해한다는 것은 삶과 죽음이 상존함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웨이브 힐에 묻혀 있는 역사를 명명한다 – 징발,  강탈, 원주민 집단 학살, 정착민 식민주의, 그리고 노예제도.  나는 굳어진 다공성 물질, 인종화된 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하고 훼손된 자연을 생각한다. 펠리세이즈의 400년 된 나무들은 베어져 남부 플랜테이션 하우스가 되었고, 그 절벽의 휘록암은 뉴욕 시의 빌딩을 짓는 토대로 쓰였으며, 허드슨 강에는 석유화학제품이 버려지고 흑인 노예들은 흙을 실어 날랐다. 〈A Billion Black Anthropocenes or None〉의 저자 캐스린 유소프 Kathryn Yusoff는 흑인의 정체성 (blackness)을 “비인간적 범주화와 토양에 대한 친밀함을 강제하는 주관성의 변형”으로 묘사한다. 인간이라는 제국을 – 더불어 웨이브 힐의 정원과 인간의 정복을 – 만드는 과정에서 땅과 다른 것들은 재산과 인간성을 위한 소재가 된다. 물질은 비존재로 형성된다. 다공성은 확장으로 명명된다. 가단성은  추출을 기다리는 것으로 이해된다. 공유지는 사유화된다. 다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자기 부식, 즉 객체화된 신체의 파멸을 허용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웨이브 힐 정원 뒤 재생 숲에서 스티브는 최대한 내 목적지 근처에 나를 내려 주었다. 내 실외 설치작품까지 가는 데에는 직통 경로가 따로 없다. 병과 들통을 들고 울창한 덤불 사이를 헤치며 나간다. 아직 남아있는 모기들은 노출된 살갗을 찾아 침을 흘린다. 인근 사립 초등학교에서는 쉬는 시간 벨이 울린다. 철조망 뒤 공중 보행로를 걷는 주민 몇 명을 제외하면 숲은 조용하다. 나는 지름 25인치, 깊이 10인치 정도 되는 구멍을 다섯 개 파고 유리병에 담겨 있던 토착 곰팡이 퇴비를 묻는다. 이 곳에서 거두었던 모든 것을 다시 이 곳의 흙으로 돌려 놓는 것이다. 다른 형태, 새로운 모양, 다른 막으로. 팔이 아파온다. 


인체의 모든 세포가 재생되는데 7년이 걸리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새롭게 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다른 형태, 새로운 모양, 다른 피부로. 우리는 나름의 존재가 아니라 그저 신체 각 부분의 합일 수도 있을까? 마치 숲 전체를 다시 덮을 수도 있는 유리병 속 토착 곰팡이의 미생물 배양체처럼? 계속 삽질을 하며 땀을 흘린다. 부드러운 흙에 구멍을 하나씩 팔 때마다 내 몸이 땅에 더 가까워짐을 느낀다. 워낙 천천히 가라 앉기에 간신히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움직임이지만. 햇살 때문인지, 탈수인지, 아니면 그저 지친 탓인지, 머리가 혼란스럽다. 내 퇴비가 토양에 가져온 변화를 볼 수 있을지 머리 속으로 자문한다. 일주일? 한 달? 일 년? 어쩌면 10년 뒤? 나는 내 스스로에 대해 아주 희미한 인상을 품은 채 숲을 나선다. 그마저도 분해되어 숲의 대사 작용에 전부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생태계에 섞여 들어 다른 형태로 환생하겠지. 존재 밖으로 확장하는 존재로, 어쩌면 나무로, 버섯으로, 풀로, 아니면 피어나는 꽃으로.


신재연(TJ Shin)은 분야 간 경계를 넘어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종차별주의 등의 주제를 탐구하는 예술가이다. 탈중앙화된 생태계와 퀴어 사회성에서 영감을 받아 살아있는 설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신자유주의적 지위에 대한 탈식민화를 추구하며 신체의 경계 너머 존재하는 무한 확장의 자아를 상상한다. 이를 위해 미생물학자, 인류학자, 요리사 등과 협업하며 박테리아와 효모의 공생 배양물, 곰팡이 포자, 발효 단백질, 원생동물, 토착 곰팡이 미생물, 여타 유기막을 활용한 바 있다. 2020년 뉴욕공동체기금 반 리어 펠로우, 브룩클린 어번글라스 방문 아티스트 펠로우로 선정되었으며, 뉴욕 두산 갤러리, 클라우스 본 니히츠자겐트 갤러리, 쿠치프리토스 갤러리, AC 인스티튜트, 에이브론스 예술센터, 퀸즈 넉다운 센터, 런던 코디 도크 등에서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브룩클린 리세스, 브롱스 웨이브 힐, 뉴욕 아티스트 얼라이언스, 뉴욕 버팔로 대학교 코얼레스 아티스트 레지던시, 뉴저지 프린스턴 대학교 and Col(LAB) 방문 예술가 프로그램 등에서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