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O
T
H
I
N
G
M
A
K
E
S
I
T
S
E
L
F

13-1

마이코제네시스

2021, 곰팡이, 박테리아, 효모균, 한천, 유리, 에폭시 레진, 철제 조형, 200 × 155 × 200 cm

13-2

비타·네크로·비타

2021, 5주 동안 기문홍차에서 배양한 박테리아와 효모 공생배양체, 체인 호이스트, 쇠막대, 스프링 클램프, 물, 수조, 300 × 90 × 40 cm

13-3

페럴 페티시

2021, 단채널 영상, 9분 






우리는 인간을 자연에서 분리하고 자연보다 우월한 위치에 두는 힘의 관계와 체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으며, 따라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설정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곰팡이를 활용한 유기 설치작품 〈마이코제네시스〉는 자연의 지능에 주목한다. 작품 속 유리 조형물들은 사람, 돌고래, 캥거루의 뇌와 씨앗, 장기 등을 표현하고 있다. 바이오테크 실험실에서 얻은 곰팡이 배양액은 작품 현장의 미생물과 섞여 조형물 속에 들어가 마치 말단신경이나 시냅스처럼 근경 균사체망을 형성한다. 유리 조형물이 설치된 구조는 행성계 같은, 혹은 근경망 같은 모양으로, 균사가 그 세계를 탐색하게 된다. 본 작품은 지능의 의미를 질문하며 인간이 인식하는 사유와 합리성, 정신을 넘어 감각적이고 체현적이며 상관적인 지식에 다가가는 지능은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다. 동시에 우리에게는 신체와 존재를 공유하고 있는 타 종의 생명체와 미생물체에 대해 숙고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중앙통로와 막다른 길들로 구성된 삶과 진화를 상징하는 나무 대신, 곰팡이의 네트워크와 지능을 닮은 철학으로 미래를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곰팡이를 따라 인간 외의 종과 함께 탈중앙화된, 뒤얽힌, 상관적인, 공진화된, 퀴어 폴리포닉 미래를 시작할 수는 없을까? 곰팡이는 우리가 인간 중심적 사상에서 벗어나 더 수용적인 미지의 미래를 향하도록 인도해줄 수 있을까?
⠀⠀⠀ 〈비타·네크로·비타〉는 ‘삶 · 죽음 · 삶’이라는 뜻의 라틴어와 그리스어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인간성’과 ‘삶’에 대해 환원주의적이고 분절된 구조적 이해를 낳은 유럽 중심의 휴머니즘을 의미한다. 연작 작품의 중심에 있는 박테리아와 효모 공생배양체(스코비)는 전시 기간 중 공업 소재가 주변 생태계와 작용함에 따라 그 형상이 변화하는데, 이를 통해 생물학, 산업과 기술이 만나는 미래를 표현하며 이 모든 것들이 공진화함을 상기시켜준다. 미술관에서는 건조된 스코비를 공업용 체인 호스트에 걸어 수조에 담그는데, 전시 기간 중 깃발처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다시 수화된 건조 스코비는 다공성 막으로 변해 삶과 죽음, 다시 삶이 반복되는 흐름에 스며든다. 고정된 아카이브를 탈피한 작품은 얽히고 설켜 진화하는 삶의 모습을 그리며,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 사이의 경계영역을 모호하게 한다. 이 작품은 자연과 포스트휴머니즘적으로 뒤엉킨 산출적 관계를 내다보고 축하하는 하나의 깃발로서, 우리에게 관계지향적 미래에 있어 죽음에 저항하지 않을 것을 주문한다.
⠀⠀⠀ 〈페럴 페티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자연적’인 것과 ‘정상적’인 것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질문하는 영상 작품이다. 영상의 주인공인 박테리아와 효모 공생배양체(스코비)는 대개 순수하고 자연적이라 여겨지는 다양한 풍경들 속에 존재하며 유동적이고 횡단신체적인 미래를 상징한다. 이처럼 페티쉬의 대상이 되는 풍경들 가운데 스코비는 다양한 사람들, 개체들, 동물들과 만나며 그들의 반응과 만남, 스코비와의 관계를 기록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본 영상 작품은 순수한 자연에 대해 낭만화된 내러티브의 베일을 걷어치우고 묻는다 – 박테리아와 효모, 도미네이트릭스의 기묘한 막, 플란테이션 농장에 줄 지어 서있는 나무들, 끊임없이 자연을 통제하고 조작해 산업에 이용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단작물 농지 중 더 이상한 것은 어느 쪽인가? 세계관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우리가 인간이 아닌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고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튜디오 싱킹핸드는 로다 팅(b.1985, 호주)과 미켈 달린 보예슨(b.1988, 덴마크)이 결성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트 듀오이다. 인간이 아닌 곰팡이, 박테리아, 생태계 등은 물론, 소프트 로보틱스 같은 인공생명체까지 그 소리를 듣고 관계하며 협업하여 가시적인 이야기와 지능, 인간 시야 너머의 생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 산업을 아우르는 작품 활동은 미래를 내다보는 한편, 인류세 다음 시대로의 집단적, 긍정적 전환을 가능케 할 철학을 탐구하고 있다. 퀴어 생태학, 포스트휴머니즘, 활력론적 유물론 등 현대 학문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인간이 역동적으로 상호연결된 행성망에 참여하는 방식을 바꾸어 나가고자 한다. 이들은 공진화와 퀴어 미래성, 적응성의 미래를 상상하며 경계영역과 관계성의 진전을 통해 인간예외주의는 물론, 자연과 문화, 유기성과 인공성, 순수성과 야성성 간 환원주의적 이분법에 반기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