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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없는 공존을 그리워하다: 파괴적 공생에 대한 가벼운 반성

2021, 사람과 로봇의 연주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가 단일 공동 조상으로부터 진화했건 신이 만든 창조물이건, 같은 뿌리에서 나온 이들의 공존은 평화로운 공생일 것 같다. 하지만, 인류와 타 생명체 사이의 파괴적 공존 양상에 비추어 볼 때, 희생 없는 공존을 그리워하는 것은 모순에 불과하다. 그리움이란, 더는 존재하지 않거나, 실재하되 접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향수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그렇듯, 이 작품은 문명의 안락함과 파괴성을 은유적으로 구성한다. 문명의 안락함(컴퓨터가 기계 학습으로 만들거나 작가가 손수 만든 귀에 익은 에릭 사티풍의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로봇, 이를 따라 연주하는 자동 연주 피아노, 스마트폰으로 자동 연주 피아노를 원격으로 연주하는 관람객, 로봇과 합주하는 실내악)은 이에 가린 희생을 애도하고 문명의 파괴성을 암시적으로 경고하는 전자 음향(로봇의 실시간 연주 영상에 삽입되는 환경 관련 사진을 이용해 만든 소리, 관객이 앉도록 고안된 의자 형태의 저역확성기에서 진동을 수반하며 울리는 소리)과 번갈아 가며 제시된다.

︎피아노 연주: 최소영
︎비올라 연주팀: 비올리시모

고병량은 과학 기술을 예술과 접목하여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편곡가, 음악 이론가이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프로젝트 〈오작교 프로젝트〉(2020),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 작가 등에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아토드(ATOD)는 ‘아날로그 투 디지털(Analogue to Digital)’이라는 의미로, 김민직, 김민호, 이승정 작가로 구성된 뉴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최근, 개인전 《ILLUSION》(동탄아트스페이스, 화성, 2021)을 선보인 바 있으며, 《The HOPE》(J-Art Space 갤러리, 양평, 2021)에도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