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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색.새소리 연구

2020, 단채널 영상 및 사운드, 21분






〈리듬, 색, 새소리 연구〉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한 명인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92)을 인류세 시대의 사운드 환경론자로 재해석한 영상이다. 메시앙은 새소리, 색청 공감각과 같은 비음악적 요소를 음악으로 해석한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작업은 독특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여 메시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고, 환경 위기의 시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1971년 황량한 협곡에서 메시앙의 경험을 플루트 연주자와 함께 새소리를 바탕으로 메시앙의 음표를 연주한다.






올리비에 메시앙


저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Olivier Messiaen (1908-1992))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메시앙을 음악 작곡가로만 아니라 연구 기반의 실험적 사운드 아티스트 및 환경주의자로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는 새소리, 색-청 공감각, 가톨릭 신학과 같은 음악과 비(非) 음악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시도했습니다. 타 지식 분야에 대한 메시앙의 적극적인 열정은 서구 음악의 전통을 파괴하고 새로운 음악을 탄생하게 했습니다. 즉, 그는 클래식 음악을 다른 학문과 결합하고 장르의 경계 흐리게 함으로써, 음악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제가 주시하는 점은 ‘새와 공감각이 그의 음악적 상상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입니다.




새소리


메시앙은 작곡가로서의 경력 외에 진지한 조류학자였으며, 새를 연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광범위하게 여행했습니다. 그는 새들이 매혹적인 리듬을 만든다고 믿었습니다. 1952 년 그는 검은 새의 소리를 바탕으로 플루트와 피아노곡인  ‹Le merle noir›를 작곡하였고, ‹Le Réveil des Oiseaux›(1953)에서는 전체 오케스트라 작품을 다양한 새 노래에 기반을 두고 작곡했습니다. 또한 ‹Des canyons aux étoiles›(1971)는 미국 유타주(State of Utah)의 새소리를 기반으로 한 12개의 큰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미국의 유명 가수이자 문화예술계의 후원자였던 앨리스 툴리(Alice Tully)가 1971년 미국 독립 선언 2주년을 기념하여 메시앙에게 이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1972 년에 메시앙은 작업을 준비하는 동안 유타주를 방문하여 새와 사막 풍경, 특히 화려한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곡은 새소리와 클래식 음악이 혼합된 소리로 구성되어 음악과 자연 사이의 허물어진 경계로 청중을 초대합니다. 메시앙은 새소리를 살아있는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여기고,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새의 관점에서 음악을 바라보았습니다.




공감각


색-청 공감각은 메시앙의 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감각은 하나의 감각 정보가 다른 감각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메시앙은 색상을 볼 때 특정 소리가 들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색과 소리를 연결하려고 했습니다. 그가 저술한 음악 이론서 ‹리듬, 색, 새소리 연구 (Treatise on Rhythm, Color and Ornithology)›(1949-1992)에는 특정 화음과 연결된 색상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1971 년 미국 유타주로 간 여행에서 메시앙은 브라이스 캐니언의 색을 음표로 바꾸었습니다. 메시앙은 자신이 창조한 ‘제한적 조옮김 모드(modes of limited transposition)’를 위해 색-청 공감각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음악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메시앙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정확히 어떠한 색을 보았는지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메시앙은 청취자들이 ‹Des canyons aux étoiles›를 들을 때 다채로운 색을 경험하기 원했습니다. 즉, 그는 자신의 음악을 통한 공감각이 청중의 마음속에 나타나기를 바랐습니다.




인류세


‹Des canyons aux étoiles›는 메시앙이 미국 유타주 남부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입니다. 메시앙은 브라이스 캐니언의 새와 지질학적 특성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자연의 소리와 색상의 조화를 통해, 인간과 환경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정의한 데 관심을 보였습니다. 메시앙의 자연에 대한 접근은 특히 인류세(Anthropocene) 시대에 중요합니다. 인류세는 인간의 영향에 의해 정의된 지질학적 시대를 말합니다. 우리는 대규모 생물의 멸종, 급격한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상실을 경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최근 북미 지역의 조류 다양성과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뉴욕타임즈(NewYork Times)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조류의 개체 수가 약 30억 마리(29 %) 감소했습니다. 이유는 새들의 서식지 감소, 관광 및 기후 변화가 준 영향 때문입니다. 1972 년 메시앙이 유타주의 협곡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새와 식물은 더 많았고, 그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반면 관광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메시앙의 음악은 환경 위기 상황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상징적 제스처로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와 학제 간의 결합을 하려는 그의 시도는 새소리와 같은 비(非)인간적 음악의 세계를 포용했습니다. 이는 메시앙이 훌륭한 작곡가를 넘어 실험적 사운드 아티스트 및 환경운동가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갖게 합니다.

이재욱은 객체지향론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비인간 존재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다양한 융합적 매체를 통해 구현해왔다. 작가는 스스로를 예술가이자 아마추어 과학자, 세미 철학자로 언급하며 한국과 미국에서 작가 및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제4회 SINAP(신도 작가 지원 프로그램),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칠레 안토파가스타 미술관(2020), 대만 홍가 미술관(2018), 서울 아트선재센터(2017),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2017) 등의 장소에서 전시, 토크, 공연 및 상영에 참여한 바 있다. 미국 ‘Sculpture Magazine’은 2017년 5월 이재욱의 작품을 메인 이슈로 소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