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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머, 스크라이즈 

온고잉, 텍스트






다이아크론은 덴마크의 수자원 기술기업 아쿠아포린 본사에 위치한 예술 및 조직 발달 플랫폼 〈프라이머〉를 선보인다. 다이아크론의 예술적 방법론을 소개하며 예술, 기술, 과학과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작품 활동에 대한 단상을 펴 보인다. 프라이머를 통해 진행한 프로젝트 3건과 더불어 에밀 론 엔더슨과 협업하여 제13회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최근작 〈스크라이즈〉도 소개한다.


《The future hides that it hides nothing》 전시 전경, 〈프라이머〉, 2019.



프라이머


2016년, 다이아크론은 수자원 기술기업 아쿠아포린(Aquaporin) 본사에 예술 및 조직 개발 플랫폼 프라이머(Primer)를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쿠아포린의 CEO 피티 홈 옌슨(Peter Holme Jense)이 회사의 맥락에 예술적 실천을 접목시키고자 다이아크론을 초대하며 시작했는데,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긴 호흡으로 포맷, 방식, 빈도, 범위나 성과에 대한 특정한 요구사항이 없었다. 다이아크론과 아쿠아포린의 주된 공통관심사는 과학, 기술, 경영과 예술적 실천의 분기와 그러한 분리가 역사적으로 특정적이며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시각이었다. 역사의 흐름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그리고, 프라이머는 이와 같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개발하려는 시도다. 예술과 과학,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 분야 간의 관계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조직 형태가 필수라는 관점에서 프라이머는 각 분야 간의 차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분야 간의 연결 고리와 기대치 않았던 공통성을 찾는다. 장기적으로는 이처럼 서로 다른 분야 간 지속적 접점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다이아크론은 아쿠아포린의 건물, 기술, 조직과 네트워크를 총체적으로 활용하여 연구, 예술, 전시, 세미나, 전략 프로세스 개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라이머는 환경 기술 혁신 분야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그 활동 범위나 앞으로의 포부, 목적에 있어서는 특정 분야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현재는 ‘예술적 발달 프로세스’에 주안점을 두고 예술가들이 각자의 예술 활동 방식을 발달시키는데 프라이머와 아쿠아포린을 활용하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대화를 통해 여러 관계자, 기관과 아이디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예술가들은 서로 다른, 자신만의 발달 프로세스를 정립하게 되는데, 달성해야 하는 특정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예술적 방식이 장기간 타 전문 분야에 노출됨으로써 다양하게 발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아래는 프라이머의 협업 사례 중 하나로, 에밀 론 앤더슨(Emil Rønn Andersen)과 함께 한 작업의 과정과 성과를 소개한다.


에밀 론 앤더슨, DK179913, 〈프라이머〉, 2019-20



예술적 발달 프로세스: 에밀 론 앤더슨


DK179913은 앤더슨이 2014년부터 발전시켜온 이미지 제작 기술로, 대기광(atmospheric light)과 환경 시뮬레이션을 생성하는 데 쓰인다. 이 기술은 3D프린팅 같은 적층제조와 유사한 원리로 작동하는데, 사전 정의된 궤도에 기반하여 시간에 따라 중 공간 속 광점을 찍어 대상을 조작하는 것이다. 사물이나 풍경이 장비의 작동 반경 내에 위치하면 X축과 Y축에 장착된 LED 조명이 그 주변을 돌며 인공 배경과 그에 상응하는 조명 환경을 그리고, 그 효과는 노출 시간을 빛의 이동 시간에 맞춘 카메라를 통해 기록된다. 이 장비가 그린 이미지는 디지털 방식으로 구성되거나, 360° 사진으로 기록한 환경을 포함하여 다양한 소스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작품 방식에서 도출된 원리와 초기 프로토타이핑 작업은 2019년 10월 4일 특허 등록되었다.


DK179913 특허 내용 중 발췌 



2019년 앤더슨과 시작한 대화는 이후 1년간의 프라이머 ‘레지던시’로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앤더슨은 자신의 기술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며 핵심부를 업그레이드하고 신규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추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미지 해상도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새로운 워크플로우(workflow)가 정립되어 장비의 예술적 활용이 훨씬 다양하게 되었다. 이를 테스트하는 첫 프로젝트는 신규 프로토타입의 실험적 데모로, DK179913 기술을 활용해 아쿠아포린의 주변 환경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아쿠아포린의 회사 건물과 제품, 과학 장비 및 가구 등을 360° 스캔한 작품은 예술적 표현인 동시에 기술 개발 과정의 기록이었다. 


에밀 론 앤더슨, DK179913, 〈프라이머〉, 2019-20



스크라이즈 (다이아크론 & 에밀 론 앤더슨)


《제13회 상하이 비엔날레》에 초대를 받은 다이아크론은 앤더슨과의 새로운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그의 예술적 시뮬레이션 기술과 기후 과학의 광대한 시뮬레이션 기반 프로세스 사이의 접점을 찾아 나섰다. 


다이아크론 & 에밀 론 앤더슨, 〈스크라이즈〉, 작품 스틸 사진, 2019 



프로젝트는 환경 데이터 수집과 실증 분석에서 대규모 기후 컴퓨터 모델링, 생태계 기후의 물리적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기후 과학 전 분야의 과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연구 교류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특정된 역사적 방식으로서 리모트 센싱, 데이터 수집, 시뮬레이션 등에 관심을 두고 진행된 연구는, 특히 기후학적 변화를 이해하고 관련 가설을 제기하는 데 있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이를 기반으로 시작된 실험에서는 체계적 연구와 생성 모델링을 진행하는 과학적 방식이 보다 미학적으로 지향되고 개방된 우주론 엔진들과 연계하는 과정을 탐구했는데, 그 결과물이 비디오 작품 〈스크라이즈〉이다.


〈스크라이즈〉 설치 기록, 《제13회 상하이 비엔날레》, 2021



〈스크라이즈〉는 표면이 거울 같은 반사구가 다양한 환경과 형성하는 관계를 담은 비디오 작품이다. 영상 속 이미지들은 앤더슨의 DK179913 기술을 활용해 생성되었는데, 인공 합성된 환경은 DK179913이 만들어낸 광환경, 구형 반사체, 그리고 덴마크 내 기후 과학 관련 사이트에서 수집한 각종 소재와 생태 표본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작품은 커스텀 소프트웨어가 단순한 원칙에 따라 아카이브의 영상 시퀀스들을 재생 중인 영상에 계속해서 편집해 넣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Scry’란 수정 구슬 같은 반사체를 두고 미래를 점치는 행위를 일컫는데, 이를 활용한 작품 제목 〈스크라이즈〉는 패턴에서 의미를 찾는 것으로 미래를 이해하거나 예측하고, 미래와 과거를 연결하고, 인간 스케일과 행성 스케일 사이의 연결을 구하며, 심리와 우주론을 연결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나타내고 있다.

다이아크론은 2014년 초학문적 연구 및 작품활동을 위해 설립된 플랫폼 겸 스튜디오이다. 예술가 데이비드 힐머 렉스, 아미타이 롬, 뱌크 흐바스 쿠어, 연구자 아슬락 아모트 헬름, 그래픽 디자이너 아스거 벤케 야콥슨 을 구성원으로 두고 있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로는 에밀 론 엔더슨과 협업하여 제13회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스크라이즈〉, 예술 및 조직 발달 플랫폼 〈프라이머〉, 코펜하겐 대학교 컴퓨터 공학부의 의뢰로 진행된 예술 전략 및 조직 프로그램 ADA: Art and Datalogy, 스톡홀름 근대미술관 전시에 선보였던 〈Mud Muses〉, 동 기관에 진행한 예술 및 이머징 테크 국제 네트워크 〈Strategic Development Series #1〉, 덴마크 교통건설주택부의 의뢰로 작성한 현장 조사 및 정보 보고서 「Hybrid Organisations」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