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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의 부활

2019, 다큐멘터리 영상, 7분








인간이 멸종시킨 꽃들의 향기를 다시 맡아볼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 〈숭고의 부활〉은 예술가 알렉산드라 데이지 긴스버그 박사 Dr. Alexandra Daisy Ginsberg, 향기연구가 겸 예술가 시셀 톨라스  Sissel Tolaas, 그리고 바이오테크 기업 긴코 바이오웍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티나 아가파키스 박사  Dr. Christina Agapakis가 이끄는 연구자∙공학자 통합 태스크 팀의 협업 프로젝트로, IFF Inc.의 지원을 받고 있다. 최첨단 과학 연구의 성과를 몰입형 설치예술과 결합시켜 파리 퐁피두 센터의 La Fabrique du Vivant 시리즈 개막작으로 첫 선을 보인 (2019년 2월 18일 개막) 이 작품은 식민지 개발에 밀려 멸종된 꽃들의 향기를 되살린다.
⠀⠀⠀긴코 연구팀은 하버드 대학교 표본실에 소장된 꽃 3종의 표본에서 극소량의 DNA를 추출한 뒤, 합성생물학적 방식으로 향기 유발 효소를 정할 수 있는 유전 서열을 예측 및 재합성하는 데 성공했다.이러한 긴코의 성과를 전달 받은 시셀 톨라스는 본인 연구실의 동일 혹은 유사 향기 분자를 이용하여 꽃의 향기를 복원해냈다.   
⠀⠀⠀히비스카델푸스 윌더라누스 Hibiscadelphus wilderianus는 본래 하와이 마우이섬 할레아칼라 산 남사면의 고대 용암 대지에 피던 꽃으로, 하와이어로는 ‘마우이 하우 쿠아히위’라고 불렸다. 식민지 축산업 개벌에 밀려 서식지의 숲이 사라짐에 따라 1912년 마지막 한 그루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오벡실룸 스티퓰라툼  Orbexilum stipulatum은 ‘오하이오 폭포 스커프 피’라고도 불린 꽃인데, 1881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스빌 인근을 흐르는 오하이오 강의 록 섬에서 발견된 것이 마지막으로, 이후 1920년 대 제 41호 댐 건설에 따라 서식지가 수몰되었다.
⠀⠀⠀루카덴드론 그란디플로룸 Leucadendron grandiflorum (Salisb.) R. Br.는 ‘와인버그 콘부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역사가 더 복잡하여 아직 연구를 진행 중이다. 1805년 런던, 한 수집가의 정원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이 꽃 역시 남아공 케이프 타운 테이블 마운틴 인근 와인버그 힐의 원 서식지에 식민지 포도원이 들어서 멸종에 이르렀다고 한다. 다만 이 꽃은 본 프로젝트 연구 결과, 세계 각지의 표본들이 잘못 분류되었을 가능성이 밝혀짐에 따라 복원이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다만, 이처럼 첨단기술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각각의 꽃들이 어떤 향기 분자를 생성했을 지를 알아낼 순 있어도, 각 향기 분자의 양에 대한 정보는 꽃의 멸종과 함께 영원히 사라졌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알렉산드라 데이지 긴스버그의 설치 작품은 각 꽃의 향기 분자들을 조금씩 나누어 혼합함으로써 정확한 향기를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을 작품의 일부로 받아 들였다. 사라진 서식지의 풍경은 지질환경과 꽃의 향기로 함축되어 표현되며, 그 둘 사이를 잇는 것은 인간이다. 자연사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과는 다르게, 작품을 관람하는 동시에 전시된 표본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유전공학을 통해 멸종된 꽃의 향기를 복원하는 일, 그래서 인간이 스스로 파괴한 것을 다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일은 경외감과 공포감을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이 혼란스러운 감정은 곧 ‘숭고’의 경험으로, “알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미학적 경지를 통해 대자연의 광대함 앞, 인간의 존재를 되돌아 보게 한다.
⠀⠀⠀이는 멸종된 꽃을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다. 대신 생명공학과 향기, 재현된 풍경을 통해 화산 기슭 숲에, 산 그늘에,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강가에 피었던 꽃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라진 종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숭고의 부활〉은 우리의 행태를 되돌아 보고 미래를 위해 변화할 것으로 주문하고 있다.

︎후원: IFF Inc.

크리스티나 아가파키스는 합성생물학자이자 예술가, 작가로 합성생물학계에서 10년 넘게 활동한 경력을 갖고있다. 공업, 농업, 식품 및 건강 등 다용도의 미생물 주문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스턴 소재 합성생물학기업 긴코 바이오웍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미래 바이오기술의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간과 미생물간의 새로운 협업에 앞장서고 있다. 
⠀⠀⠀알렉산드라 데이지긴스버그는 다양한 장르와 미디어의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예술가로, 디자인과 과학, 기술, 자연을 형성하는 인간적 가치를 탐색하고 있다. 10년간 합성생물학과 생명체 디자인을 연구하며 세계 각국 유수의 과학자, 엔지니어, 예술가, 디자이너, 사회과학자, 미술관 등과 함께 디자인과 과학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뉴욕 현대미술관, 도쿄 현대미술관, 중국 국립 미술관 등에서 국제적인 저술, 강연, 전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긴스버그의 작품은 다수의 미술관과 개인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시셀 톨라스는 1990년부터 향기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해온 조향 전문가이다. 향기 연구에 있어 독보적인 접근법을 개척해오며 유기화학과 언어, 시각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서 혁명적인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한 바 있다.톨라스의 연구 및 프로젝트는 다수의 국가 지원금 수혜와 각종 수상을 통해 그 진가를 인정받아 왔으며 뉴욕현대미술관, 내셔널갤러리 오브 빅토리아, DIA예술재단,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등 유수의 기관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그간 다양한 유형의 향기 아카이브를 구축해온 톨라스는 세계의 바다, 디트로이트의 몰락, 라스코 동굴, 호주의 토착 과거 등에 대한 향기 분자 보전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