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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락 연구

2017– 온고잉, 리서치 텍스트






〈뉴 락 연구〉는 암석화된 플라스틱을 채집하고 관찰하는 프로젝트다. 매일 어마어마한 양이 한순간 사용되고 순식간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땅에 묻히고 바다에 버려져, 세월이 흐르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자연과 섞일 수 없을 것 같았던, 자연의 대척점으로 존재하던 플라스틱이 지질학의 일부가 되고 생태공간이 된 것이다. 작가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과 자연의 경계가 사라진 뉴 락의 존재를 사진, 영상, 설치작업, SNS 등을 통해 알린다. 또한 뉴 락을 수집하고 관찰하며 마주한 다양한 의문점에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2017년, 원자력발전소 앞 울산 바다에 사진촬영차 방문한 나는 신기한 물체 하나를 발견한다. 하얗고 큰 덩어리. 그것은 돌의 형상이었지만 돌이 아니었다. 들어보니 무척 가벼웠고 스티로폼 같았지만 내가 알던 스티로폼과 무언가 달랐다.
⠀⠀⠀ 나는 곧 그것이 ‘바다에 버려진 스티로폼이 풍화작용을 거쳐 돌의 형상을 하게 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멍해져서 잠시 들고 있던 그 덩어리를 바닷가 돌과 쓰레기들 사이, 있었던 곳에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바다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 덩어리들을 발견했을 땐, 그것들을 주머니에 넣어 모으기 시작했다. 자연自然*도, 인공人工**도 아닌 이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 *자연 :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 **인공 : 사람의 힘으로 자연에 대하여 가공하거나 작용을 하는 일.


장한나, <스티로폼락>, 피그먼트 프린트, 51x77.7cm, 2020



뉴 락New Rock. 풍화작용 등으로 암석화 된 플라스틱을 일컫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 2017년 제주 바다를 시작으로 인천, 양양, 고성, 강릉, 울진, 대부도, 부산, 신안 등의 바다와 한강을 돌며 지금까지 1000개 이상의 뉴 락을 수집했다.
⠀⠀⠀이들의 색과 형태는 다양하다. 모태가 되는 플라스틱의 색과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바위처럼 큰 것 부터 모래알처럼 작은 것 까지, 흰, 검정색부터 빨 주 노 초 파 남 보에 다양한 형광색까지 모두 발견된다. 주먹만한 것이 입김에 날아가기도 하고 묵직한 것도 있지만, 자연석만한 묵직함은 아직 느껴본 적 없다.


장한나, <뉴 락 표본 2020 한국>, 2020, 수집된 플라스틱, 33.5x45.5cm



세상에 처음 뉴 락이 생긴 것은 1907년 플라스틱의 발명 이후일 것이다.
⠀⠀⠀단단하고 가벼우며 가공이 쉬운 플라스틱의 시대가 열리며 금속, 석재, 나무, 가죽 등의 자연물을 플라스틱이 대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것의 생산량이 무한대에 가깝게 늘기 시작한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가 금속, 석재, 나무, 가죽과 비교도 안되게 저렴했고 무한에 가깝게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만들 수 있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만큼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상, 무엇이든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세상 모든것이 흔해졌고 모든것의 가치는 전에 비할 것 없이 떨어졌다. 모든것은 쉽게 사용되었고 그와 동시에 쉽게 버려졌다.
⠀⠀⠀그것들은 버려졌지만 여전히 튼튼했다. 만들어지기를 100년은 존재하도록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구에서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포함하여 그 다음날, 그 다음날, 그 다음 100년여간 만들어진 모든 플라스틱은 모두 지구에 남아 켜켜히 쌓이게 된다.


2019 제주



플라스틱이 무한에 가깝게 생산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석유산업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알고 있는가?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나온다.
⠀⠀⠀석유를 시추하여 혼합물을 분리해 정제하면 석유제품인 LPG,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가 나온다. 이 중 대부분은 다양한 교통수단의 연료 등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만 ‘나프타’는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 석유화학산업의 원료로 사용된다.
⠀⠀⠀지금까지 나프타의 공급은 사실상 무한에 가까웠다. 인간은 차를 굴리고 비행기를 날리기 위해 계속해서 석유를 시추하고 정제해 왔기 때문이다.(석유를 정제하여 나오는 물질의 비율은 정해져 있다)

  • 저렴한 가격으로 무한에 가깝게 공급되는 나프타를 이용하여 석유화학산업 역시 무한에 가깝게 성장하였고 무한에 가까운 플라스틱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 IEA(국제 에너지 기구)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 인구 증가, 기술 진보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여러 국가 및 한국에서도 다양한 플라스틱 재활용을 시도하고 있지만 개발 도상국의 급격한 플라스틱 소비 증가로 재활용 노력에 따른 수요 감소는 상쇄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 일각에서의 노력과 무관하게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은 최소 2050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뉴 락의 발견은 잦아질 것이다.


자연에서 발견된 뉴 락은 자연이 품은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나에게 발견된다.

  • a  플라스틱 통의 바닥면이 뉴 락 안쪽으로 보인다. (2018 제주)
  • b, c 표면의 요철이 매우 불규칙적이다. (2021 신안 / 2021 강화)
  • d 우레탄 계열의 뉴 락에서는 미세한 반짝임이 관찰된다. (스펀지락 표본 2020)
  • e, h 따개비가 플라스틱에 생태공간을 만들었다. (신안 / 2020 인천)
  • f 플라스틱이 녹으며 자연석을 흡수하여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다. (2017 제주)
  • g 페트병의 바닥면 중 가장 두꺼운 부분이 남았다. (2021 인천)
  • i 플라스틱 끈이 뉴 락이 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2021 신안)
  • j 홍합과 해초가 함께 플라스틱 생태공간을 만들었다. (2020 강릉)

1미리, 1그람의 오차도 없이 만들어진 인공이 아니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자연이었던 것 처럼 이들은 자연을 흠뻑 받아드렸다. 발견되는 뉴 락이 공장에서 나왔을 때는 어떤 형태였을지 알 수 없다. 버려진 후 나머지가 어떻게 흩어졌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기와 물과 햇빛에 의해, 식물이 싹을 내리며, 조개류의 활동에 의해, 생물체들이 분비하는 여러 물질에 의해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지며 돌의 형상을 갖는다.



지층을 이룬 플라스틱에 식물은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고 플라스틱은 점점 쪼개져 흙의 일부로 살아간다.
땅 속 개미는 흙과 플라스틱을 구분하지 않고 길을 만들며 플라스틱을 분해한다.
⠀⠀⠀<개미제국의 발견> 의 저자이자 국립생태원 원장을 지낸 최재천 교수님은 스티로폼에 개미가 생태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해주셨다.
⠀⠀⠀“개미가 스티로폼을 그들의 구조물로 사용하는 일은 극히 가능하다고 본다. 개미들이 집을 지을 때 흙을 파낸 후 물어서 밖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작은 개미에게 흙덩어리는 무거운 존재이다. 그런데 스티로폼은 가볍기까지 하다. 만약 스티로폼에서 묻어나는 화학물질에 개미가 즉각적으로 자극을 느낀다거나 피해를 느낀다면 피하겠지만, 세월이 가며 스티로폼에서 나오는 물질이 개미에게 나쁜 영향 미치는것은 개미도 해보지 않으면 모를것이다. 싫어할 이유가 사실상 없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은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혼란을 걱정한다. 투명한 물 속을 헤엄치며 관찰되는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토양에 매립된 플라스틱의 양은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의 양을 훨씬 뛰어넘는다. 토양 속 생태계와 토양에 미치는 플라스틱의 영향은 거의 연구된 바 없다.
⠀⠀⠀인간이 관찰하고, 연구하고, 조사한 차원을 넘어서는 플라스틱의 자연에의 흡수가 일어나고 있다.
⠀⠀⠀자연과 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았던 인공은 이미 자연과 구분없이 하나 되어 우리의 삶 속에, 몸 속에 섞여 들어왔다.

「기증받은 인간 시신에서 채취한 비장, 신장, 간, 폐 등 거의 모든 조직과 기관에서 예외없이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환경보건공학 바이오 디자인 센터

「한 사람이 일주일 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2000개, 5g, 신용카드 1장 무게.」
- 세계 자연기금 WWF

인류는 부유해 지기 위해, 편해지기 위해 지구에 다양한 물질들을 끊임없이 토해낸다. 플라스틱으로 모든것을 만들어내고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 고효율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동시에 인체에 축적된 미세 플라스틱은 DNA를 손상시키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방사성 물질은 DNA를 파손하여 돌연변이 유전자를 만든다.


장한나, <층층장미, 2016>, 종이에 펜 드로잉, 27.2x39.4cm



인간은 DNA의 파손에 의한 돌연변이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연은 ‘종 내에 존재하는 유전적 다양성’과 함께 진화해왔다. 자연은 DNA 변형 물질을 자연에 쏟아내는 인간이 반가우면서도 신기할 것이다. “인간은 생태계 전반의 진화 메커니즘을 가속화 하는데 기여하는군, 그런데 스스로는 곧 자멸하겠어.” 라며.
⠀⠀⠀최재천 교수님께서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말레이지아의 해변에 간 적이 있어요. 열대의 아름다운 바다를 기대하며 도착한 해변이 지저분하기로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동행한 모두가 크게 실망했고 나는 굉장히 기분이 나빠졌어요. 그러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그 해변에 사는 생물들은 그렇게까지 기분 나빠할 것 같지 않은거예요. 우리 눈에나 지저분해 보이는 거지. 그들 눈에는 나뭇가지나 이거나  크게 신경 쓸 게 있을까.
⠀⠀⠀앨런 마이즈만의 <인간 없는 세상> 책을 보면 인간이 사라지고 난 다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연이 회복된단 말이에요.
⠀⠀⠀…
⠀⠀⠀지금 우리가 이런 이야기 하고 있는건 이게 자연한테는 그렇게 큰 일도 아닐지 모르는데 이게 결국은 우리한테 되돌아오는 것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거죠.”
⠀⠀⠀인간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가 지구에 재앙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을 보호 할 필요가 없다. 자연은 인간에게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스스로의 속도와 시스템 속에서 완전하다.
⠀⠀⠀심지어 자연은 이미 인간이 만들어 낸 플라스틱이란 물질에 완벽히 적응한 듯 보인다. 물 속과 땅 속 생물들, 식물들 그리고 자연의 시스템까지. 그들은 이미 플라스틱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장한나, <신 생태계>, 2021, 수집된 플라스틱, 수조, 기포발생기, 조명, 모래 혼합설치, 가변크기



그렇다면 인간은, 플라스틱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드릴 준비가 되었는가?
인간이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면 그것은 자연을 위한 것 일까, 인간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것 일까.

장한나는 삶 속에서 만나는 환경문제를 관찰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을 경고하거나 고발의 주제로 보지 않고 미적 연구 또는 관찰 대상으로 설정한다. 주요 작업으로는 원자력 발전으로 생긴 돌연변이 식물을 재현한 <이상한 식물학>(2016) 시리즈, 사물이 소비되고 버려진 후의 이야기에 주목한 <마이크로 플라스틱 카나페>(2017) 등에 이어 암석화된 플라스틱을 채집하고 관찰하는 <뉴 락>(2017~)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